바틱(Batik)의 비교: 인도네시아 vs 말레이시아
인접한 국가들의 공예 작품을 관찰하다보면, 서로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가령,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서양인들 입장에서 중국과 한국, 한국과 일본의 공예 작품을 보면, 그 국적을 명확히 구분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뭔가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느낌 정도는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공예 작품을 볼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볼 수 있는 공예 작품과 유사한 것들을 말레이사아에서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텍스타일 공예 기법인 바틱(Batik)도 그 한 예입니다. 이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바틱(Batik) 공예에 초점을 맞추어 비교해보겠습니다.
바틱의 재료 비교
바틱에 사용되는 재료는 두 나라 모두, 면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염색시 염료의 번짐을 막기 위해 왁스를 사용하며, 주로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염료를 사용한다는 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천연 염료을 어떤 식물에서 얻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두 나라의 식생도 확연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염료의 차이도 크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틱의 기법 비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바틱(batik)은 기법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canting’이라는 특수한 도구를 사용하여 수작업으로 문양을 그려냅니다. ‘canting’은 작은 구멍이 뚫린 금속을 말하는 데, 이를 왁스에 담근 후 꺼내고 그것으로 천 위에 문양을 새깁니다. 쉽게 말하면 왁스를 잉크로 사용하는 펜을 들고 천 위에 왁스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염색을 할 때, 왁스가 칠해진 부분에는 염료가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문양이 천 위에 새겨지게 됩니다.
반면, 말레이시아의 바틱은 ‘block painting’이라는 문양을 새기는 작업을 합니다. 나무나 금속 위에 반복적인 패턴 문양을 새긴 후, 마치 도장을 찍듯 문양을 직접 천 위에 찍어내게 됩니다. 이 기법에서는 염료를 직접 도장에 발라 찍어내기 때문에, 왁스로 특정 부위를 보호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의 바틱과 비교하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양을 새기는 작업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말레이시아 바틱은 단순하고 대량생산에 적합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반면, 인도네시아 바틱이 훨씬 정교하고 섬세한 문양을 가지며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바틱 디자인 비교
인도네시아에서는 ‘canting’을 사용하기 때문에, 훨씬 정교한 디자인이 가능합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block painting’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다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또한, 두 나라간 문화적 종교적 차이에 의해 새겨지는 문양의 주제도 틀려집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꽃과 잎사귀와 같은 자연적인 요소가 흔히 사용되며, 이는 자연과의 조화와 풍요를 상징합니다. 또한 가족과 집안의 안정과 행복을 기리는 의미에서 집의 형태가 새겨지기도 하고, 호랑이, 코끼리, 새와 같은 동물의 문양을 새기기도 합니다.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농업이나 어업 생산과 관련된 문양, 즉, 벼나 어로와 같은 농어촌 생활을 상징하는 문양을 새기며, 별이나 초승달과 같은 이슬람 관련 상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디자인을 비교해보아도 인도네시아는 보다 자유롭고 복잡한 대상을 표현하는 반면 말레이시아는 훨씬 실용적이고 단순화할 수 있는 문양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맺음말
결론적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바틱(Batik) 공예에서는 재료, 기법, 디자인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재료와 염색 기술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그들의 바틱 제작 기법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작업으로 문양을 그리는 ‘canting’ 기법을 사용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block painting’을 사용하여 직접 문양을 찍어냅니다. 이로 인해 두 나라의 바틱은 디자인에서도 차이를 보이며, 문화적, 종교적 요소가 반영됩니다. 인도네시아 바틱은 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디자인을 가지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가정의 안정을 상징합니다. 반면, 말레이시아 바틱은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며, 농어촌 생활과 이슬람 문화를 반영합니다. 이러한 차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바틱은 각자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휘하고 있습니다.